2010. 4. 21. 00:39
북극노루의_탐구_생활/정치/사회
엄청난 기대(?)를 몰고 왔던 MBC PD수첩 "검찰과 스폰서"편을 보았습니다. 이건 기대 이상이네요. 황우석, 광우병 등 큼직큼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PD수첩인 만큼, 이번 편도 적나라하게 파고 들었습니다. PD수첩은 이제 스스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나봅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걸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요.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같은 프레임인데, 질적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 증거도 없이 기억도 제대로 없는 사람을 협박해서 사건을 만들어낸 것과, 빼도박도 못할 모든 증거를 완벽히 갖춘 사람을 두고 단순히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것. 이 두 사건의 주체가 동일하다는 사실에는 정말이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군요.
PD수첩에서는 다양한 소스로 검찰을 사방으로 포위했습니다. 여기서 폭로된 증거, 즉 수첩 하나 분량의 메모기록과 다양한 증인발언은 일반인 혹은 야권인사라면 진작에 구속되고도 남았을 엄청난 소스였죠. 하지만 자정능력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검찰개혁이란 역시 있을 수 없나봅니다. 너무나도 사이가 좋아보이는 통화기록이 있는데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고, 일반인에게 수표추적 입증책임을 돌리고, 심지어는 자신들도 향응접대 내역을 파악하고 있으면서 안사람이라고 쉬쉬하고... 그러면서 권력의 정적에게는 마구 칼을 휘두르는 이런 치졸한 집단이 우리의 법을 집행한다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한숨만 나오는군요... 차라리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는 말이라도 하지.
앞으로 검찰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관건입니다. 일례로 얼마 전 있었던 해군 납품비리 폭로시에는 방영 즉시 3군 합동조사단이 감찰을 시작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가 있었지요. 인정하긴 싫지만 군대라는 한계로 문제의 핵심까지는 파고들어가지 못했더라도, 하다못해 타군이라는 3자가 감찰할 수준은 되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을 감찰할 수 있는 3자는 누가 있나요? 지금 이 시점에서는 힘없는 우리 국민들밖에 없습니다. 정작 일개 국민이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가진 힘은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열심히 충성하는 개의 집주인 자리에, 제대로 훈련시킬 수 있는 사람을 앉혀놓는 것밖에 없습니다. 야당, 언론, 시민단체, 심지어 개인까지 억압/통제하는 이 거대한 힘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건 결국 소중한 표 하나입니다. 검찰 vs. PD수첩의 승부는 누가 이긴다고 할 수도 없는, 어떻게든 상처가 남을 수 밖에 없는 싸움입니다. 우리 모두 잊지 말고, 투표라는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선진의식을 가집시다. 그것이 진정한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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