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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전글 :: 이공계의 위기 - #1. 개론







    첫째, 대우가 적절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 적절치 못한 대우의 예 -

      이공계 하면 IT, IT하면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가 바로 SI입니다. SI는 System Intergration, 즉 시스템 통합을 의미합니다. 전산학도가 가장 많이 투입되는 곳이 바로 SI 현장이며,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됩니다. 

      노동자들은 계급이 있지요. 갑을병정(甲乙丙丁)이 그것인데,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쪽이 갑, 수주하는 쪽이 을입니다. SI에서의 을은 빅3라 불리우는 삼성 SDS, LG CNS, SK C&C 가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보통 프로젝트 수주, 분석 그리고 설계 단계까지만 진행합니다. 이들이 수주하는 프로젝트는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대 한 회사 단독으로 완료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 진행되어야 할 구현 및 테스트, 유지보수 단계는 을이 고용한 병이라는 회사들이 맡고, 여기서도 일손이 딸릴 경우 병이 정을 고용하지요.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라고 보시면 되는데, 밑으로 내려갈수록 단가(연봉)가 떨어집니다.



    - 이런 구조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



      정리하자면 전산학도가 손에 꼽히는 대기업 빅3에 입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갑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을일 뿐이며, 대부분의 IT인력은 엄청난 중노동에 시달리는 병 혹은 정에 속할 수밖에 없다 이거죠. 초봉은 을이라 불리는 대기업 빅3가 3000 안팎이고, 일반 중소기업 병정은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은 잘 받아야 2000 정도입니다. 그 잘난 대기업이 을이라면 도대체 갑은 누구란 말이냐? 공기업, 공무원, 금융권 등이 대표적인 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그룹내 다른 계열사들(삼성 SDS가 을이라면 삼성전자가 갑)이 갑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요. 정에서 시작한 사람이 병이 될 수는 있어도 병이 을이 되긴 많이 힘들고, 을이 갑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엄청난 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은, 흔한 말로 '신분상승'은 꿈꾸기 힘듭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만 하죠.
    ...위약금 개념으로 발주업체에게 시간당 비용을 계산해서 되려 물어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계약할 때 기간을 넉넉히 잡으면 될 것 아니냐? 자, 빅3 및 기타 업체들이 너도나도 프로젝트 따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습니다. 수주를 못하면 일을 못하고 그럼 아예 돈을 벌 수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수주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갑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켜야만 합니다. 여기서 일명 '단가 후려치기'가 시작되지요. 을이 울며겨자먹기로 말도 안되는 시간 내에 말도 안되는 비용으로 해주겠다며 프로젝트에 입찰합니다. 수주가 결정되면, 결국 개발자들이 그 몫을 부담하게 됩니다. 세븐일레븐. 아침 7시 출근, 밤 11시 퇴근을 일컫는 말인데요, SI 종사자도 과연 여기에 해당될까요? 월화수목금금금에 일주일간 집에 못들어가는 건 보통이고 보름, 한달간 못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야근한다고 다음날 출근시간이 늦춰지는 것이 용인되는 것도 아니며, 야근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만 하고, 이미 받을 돈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 천직이시네요 -


      최소한 일한 만큼 벌 수 있고,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휴일이 보장되어 있다면 적성에 따라 이 일도 할만할 겁니다. 하지만 이 조건은 단 하나도 충족시키기 어려우며, 넘쳐나는 IT학원과 컴퓨터학과에서 쏟아져나오는 젊고 똑똑한 새로운 인력들을 상대하며 살아가기가 대한민국에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너무 힘들어 때려치우겠다고 하더라도 그 자릴 메울 수 있는 인력은 넘쳐나기에, 먹고 살려면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고요. 어떻게든 버티고 나면, 컴퓨터에만 파묻혀 살아온 사람들에게 관리직이 주어집니다. 컴퓨터랑만 씨름하던 사람들이 사람과 씨름하려니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개발을 하자니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새로운 기술은 계속 나오고 사용하는 언어나 아키텍처도 계속 바뀌니 공부도 평생 해야 하고... 결국 체력싸움도, 머리싸움도 힘에 부쳐 하나 둘 옷을 벗고 치킨집을 차리는 것이 현시대 IT 종사자의 가장 일반적인 테크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는 IT 선배들과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라온 IT 후배들. 이들은 무엇을 믿고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 걸까요.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 결국 누구도 웃을 수 없는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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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북극노루